강의 (3) 썸네일형 리스트형 '잃어버린 시간'과 현대 소설의 출발 대우재단에서 발행하는 학술지 『지식의 지평』에 프루스트 사망 100주기를 기념하는 글을 실었습니다. 글의 도입부를 공유합니다.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. 지식의 지평 (jipyeong.or.kr) “어젯밤 ‘끝’이라는 단어를 썼어요.” 1922년 이른 봄, 피로에 지친 마르셀 프루스트가 가정부에게 말했다. 미소를 거두지 않은 채 그는 눈을 빛내며 덧붙였다. “이제 나는 죽을 수 있어요.” 하지만 작가는 작품과 헤어질 수 없었다. 정확히 말하면 작품을 떠날 권리가 없었다. 작품은 자체로 그의 삶이었기 때문이다. 프루스트는 작품의 완성보다는 자신의 소진을 향해 나아갔으며, 얼마나 더 고치고 다시 쓸 수 있을지 가늠하며 남은 시간을 보냈다.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으면 작품을 출판이 가능한 형태.. 스완과 주인공의 만남 『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』 제1부에서 주인공이 스완의 집을 방문하는 장면(3권 138-203쪽)은 「스완의 사랑」의 후일담에 해당하며 소설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부분입니다. 스완과 주인공이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어긋나는지 살펴보면 주인공의 글쓰기 소명 탐색이 어디쯤 와 있는지 가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. 문제는 주인공의 앞 세대 인물로서 스완의 위상입니다. 스완은 주인공에게 영향을 주는 모델이기도 하고, 주인공이 장차 하려는 일에서 좋은 선례를 보이지 못한 실패자이기도 합니다. 일종의 부정적 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? 프루스트가 이런 유형의 인물을 어떻게 다루는지 보겠습니다. 주인공은 짝사랑의 긴장에 사로잡혀 잔뜩 얼빠진 모습만 보이지만, 스완은 그런 주인공을 나름 똑똑하게 보았는지.. 뱅퇴유 소나타의 모델들 친구여,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델['열쇠clef']는 없습니다. 혹은 인물 하나에 여덟 명이나 열 명의 모델이 있지요. 콩브레의 성당도 마찬가지요. 기억 속에서 수많은 성당들을 '모델'로 (포즈를 취하도록) 빌려 왔어요. 어떤 성당들인지 말해드리기도 이제 어렵소. 성당의 포석이 생 피에르 쉬르 디브의 것인지, 리지외의 것인지도 기억이 안 납니다. 스테인드 글라스 중에서는 에브뢰에서 온 것도 있고, 생트 샤펠이나 퐁 오드메르에서 온 것도 있다오. 소나타에 관해서라면 더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. 실제 작품이 내게 소용이 된 한에서 말하자면, 사실 별로 소용이 되지 않기는 했지만, 또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긴 한데, (끝에서부터 시작해 봅시다) 생퇴베르트 야회에 나오는 소나타의 소악절은 내가 안 .. 이전 1 다음